비 온 다음 날 물웅덩이가 많은 길을 걸으며 알게 된 것들
비가 한창 내릴 때는 오히려 준비를 잘하는 편이었다. 우산을 챙기고,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젖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신발을 골랐다. 그런데 의외로 방심하게 되는 때는 비가 그친 다음 날이었다. 창밖이 맑으면 평소처럼 나가도 될 것 같았지만, 막상 길을 걸어보면 상황이 달랐다. 햇볕이 드는 큰길은 이미 말라 있는데 골목으로 들어가면 물이 고여 있었고, 건물 그늘 아래 보도는 여전히 축축했다. 특히 처음 가는 길에서는 물웅덩이를 뒤늦게 발견해 갑자기 방향을 틀기도 했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고 나니 비 온 다음 날에는 '비가 오느냐'보다 길에 아직 무엇이 남아 있는지 를 살피게 됐다. 물웅덩이를 무조건 피해 다니는 요령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와 조금 달라진 보행 환경을 미리 알아차리는 일이었다. 맑은 곳만 보고 길 전체가 말랐다고 생각했다 비가 그친 다음 날 아침, 집 근처 큰길을 걸었을 때였다. 햇빛을 받은 보도는 거의 말라 있었다. 자연스럽게 길 상태에 대한 신경을 끄고 평소 속도로 걸었다. 그런데 건물 사이의 좁은 길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늘진 부분에는 물기가 남아 있었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작은 물웅덩이가 보였다. 그때부터 비가 그친 뒤에는 같은 동네 안에서도 바닥 상태가 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게 됐다. 햇빛이 잘 드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배수 상태가 다른 구간은 마르는 정도가 같지 않았다. 요즘은 큰길이 말라 있다고 해서 앞으로 지나갈 길까지 모두 같은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골목으로 들어가거나 건물 그늘을 지날 때는 몇 걸음 앞의 바닥을 자연스럽게 확인한다. 그렇다고 계속 아래만 내려다보면서 걷지는 않는다. 보행 중에는 차량이나 다른 보행자, 자전거 등 주변 상황도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닥 상태를 살피되 시선을 한곳에만 고정하지 않는 것이 내가 정착시킨 방법이다. 물웅덩이를 발견하고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게 더 불편했다 예전에는 물웅덩이를 발견하면 반사적으로 옆으로 피했다. 한번은 ...